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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한동네라도 땅값 천차만별
땅 전문가들은 초보 투자자들로부터 황당한(?) 질문을 받을 때가 더러 있다.가장 대표적인 게 '이 동네 땅값이 평당 얼마냐'는 것이다.초보 투자자들이 이런 식으로 질문하는 것은 아파트 가격구조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아파트의 경우 이 동네는 평당 얼마,저 동네는 평당 얼마 등으로 가격이 일정하게 형성돼 있다.이런 까닭에 옆집과 내집의 가격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초보 투자자들은 땅값도 아파트값처럼 주변 지역과 비슷하게 형성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그러나 땅값은 한 동네라고 해도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도로를 끼고 있는 땅과 진입로가 없는 맹지(盲地)의 가격은 큰 차이가 난다.또 땅모양이 직사각형으로 잘생겨 활용도가 높은 땅과 그렇지 않은 땅의 가격도 같을 수는 없다.보전임지 절대농지 그린벨트 등으로 묶여 있어 개발이 크게 제한되는 땅의 가격이 그렇지 않은 땅값에 비해 낮은 것은 당연하다.심지어 주거용 부동산의 경우 바로 옆에 붙어 있어도 가격 차이가 크게 나는 사례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조금만 방향이 틀려도 조망이 다르고 일조량이 달라지는 까닭이다.인접하고 있어도 어떤 땅 밑에는 수맥이 흐르고 옆의 땅은 그렇지 않다.똑같은 조건의 땅이라고 하더라도 땅값은 덩치에 따라 다르게 형성된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덩치가 크면 클수록 평당 매매가격은 떨어진다.예를 들어 2백평짜리 땅이 평당 2만원이라면 2만평짜리 땅은 평당 1만원이 된다.환금성이 이 같은 차이를 결정짓는 이유다.그래서 전문 투자자들은 땅을 싸게 사기 위해 '공동 투자'방식을 활용하기도 한다.큰 땅을 공동으로 산 뒤 이를 분할해 나눠가지는 방식이다.이때 모든 땅들이 진입로를 확보할 수 있도록 쪼개야 한다.가격구조가 이처럼 복잡한 만큼 땅 투자를 할 때는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실제 전문 투자자들은 땅 하나를 사기 위해 주변을 수십 번 답사한다.
<12> 明堂도 세월따라 바뀐다
경기도 광주시 그린벨트 지역 임야에 꽤 알려진 명당터가 있다.어떤 풍수지리가는 이땅을 도선비기에 나오는 명당이라고까지 극찬했다.그래서 한때 이땅의 가격은 부르는게 값일 정도였다.2만평이나 되는 임야에 10평도 채 안되는 명당터가 포함됐다고 해서 수십억원을 호가했다.주변지역 임야의 시세는 평당 2만원선.
2만평 규모의 땅은 환금성이 떨어져 4억원을 받기도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특별한 대접을 받은 셈이다.
조상의 묘자리를 잘 잡아야 집안이 번성한다거나 집안에 큰 인물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믿는 사람이 많아 이같은 호가가 가능했다.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1백80도 달라졌다고 한다.묘자리 말고는 별 쓸모가 없는 까닭에 이 땅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수십억원은 커녕 수억원에도 팔기 어렵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들의 이야기다.화장이 일반화되고 조상을 납골당에 모시는 문화가 정착돼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변화일 수도 있다.
땅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면서 명당의 기준이 변하고 있다.죽어서 좋은 자리에 눕는 것보다 살아 생전에 좋은 환경에서 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지금까지와 같은 명당 선호 현상이 위축되고 있다.요즘 시대의 명당은 자연환경이나 주거환경 여건이 우수한 집터라고 볼 수 있다.한강 골프장 산 등의 조망이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단지 내 다른 동·호수보다 몇억원 비싼 아파트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강남 분당 목동 등 주거환경 여건이 우수한 지역들과 그렇지 않은 지역들의 집값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재벌가의 묘자리를 봐주기도 했다는 한 풍수지리가는 '과거엔 일부 명당터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에 은밀하게 거래됐지면 백이면 백 모두가 좋다는 묘자리는 없고 풍수가나 지관에 따라 판단을 다르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사람들의 생각이 현재 중심으로 바뀐다는 점을 감안할 때 21세기는 음택(묘자리) 시대가 아니라 양택(집터) 시대'라고 말했다
<13> 땅위에 무엇이 있나 보라
제2금융권에 다니던 K씨(36)는 땅 투자를 통해 자기 돈 한 푼 없이 11억4천만원을 번 경험이 있다.고향에 전원주택을 마련하고 싶었던 그는 3년 전 법원 경매시장을 찾았다.싼 값으로 전원주택을 마련하는 데는 경매시장이 최고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K씨는 경매정보지를 보던 중 특이한 물건 하나를 발견했다.감정가가 3억5천만원인데도 지속적으로 유찰돼 7천만원 정도면 살 수 있는 7천6백평짜리 임야(옛 준농림지)였다.
권리관계가 비교적 깨끗해 가격이 이처럼 떨어질 이유가 없어 보이는 데도 이상하게 유찰에 유찰을 거듭한 물건이었다.현장 조사를 해본 결과 유찰 이유가 산에 널린 돌 때문임을 알게 됐다.일반적으로 지방자치단체는 임야에 자연석이 많으면 반출을 허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개발허가도 내주지 않는다.그러나 K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군청에 자연석의 반출 가능여부를 문의했다.그런데 군청 담당자는 선뜻 반출이 가능하다는 대답을 내놨다.알고 봤더니 이 지자체는 농촌 인구 유치를 위해 웬만하면 전원주택 인·허가를 내주고 있었다.대답을 들은 K씨는 이 땅을 7천4백50만원에 낙찰받았다.
그런데 자기 돈은 한 푼도 들지 않았다.우선 자연석을 팔아 5천만원을 조달했다.모두 트럭 1백대분의 자연석이 나왔는데 이를 대당 50만원에 팔았다.또 은행 경매대출을 통해 3천만원을 마련했다.자연석이 사라지자 K씨가 낙찰받은 땅은 평당 15만원(총 11억4천만원)을 받을 수 있는 전원주택 부지로 변했다.그는 자신의 전원주택 부지를 제외한 5천평을 이 가격에 매도해 이익을 상당부분 실현했다.땅을 살 때는 그 위에 무엇이 있는지도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초보 투자자들은 지목 등 법률적 조건과 조망권 등 자연조건만 분석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땅 위의 나무나 돌도 놓치면 안된다.땅 위에 조선소나무나 자연석이 많으면 개발 허가가 떨어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이런 땅을 잘못 샀다가는 평생 마음 고생을 하게 된다.다만 지자체에 따라서 예외는 있을 수 있다.K씨처럼 지방자치단체의 특수한 사정에 따라 개발 허가가 나는 사례도 있다.
<14> 땅 속까지 관심을
자영업자인 K씨(41)는 3년 전 경기도 이천 소재 공장부지 1천평을 평당 10만원에 매입했다.그는 주변 시세(평당 13만원)보다 싼 가격에 부지를 샀다는 중개업소의 말을 듣고 매우 흡족해했다.그러나 문제는 터파기를 하던 중 발생했다.땅 속에서 거대한 화강암 바위가 나왔던 것.K씨는 바윗돌을 캐내는 데 평당 17만원의 공사비를 더 들였다.
전원생활을 동경하던 L씨(53)는 경기도 양평에서 전원주택지 2백평을 1억원(평당 50만원)에 매입했다.그러나 지하수 개발을 하다 낭패를 봤다.강 주변이어서 지하에 물이 많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지만 정작 땅을 파들어가자 물을 찾을 수 없어 다른 곳의 지하수를 끌어오느라 8천만원의 거금을 추가로 들였다.강 주변에 거꾸로 물이 적을 수도 있다는 점을 몰랐던 대가를 톡톡히 치른 셈이다.수석 전문가인 A씨는 10년 전 충북 제천에서 논 4백평을 1천2백만원(평당 3만원)에 사들였다.중개업소에서는 평당 1만5천원이면 살 수 있는 땅을 두 배나 주고 매입했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A씨가 그 땅을 산 이유는 농사를 짓기 위해서가 아니라 땅 속의 수석을 캐기 위해서였다.그 땅 밑에는 비싼 수석들이 많이 묻혀 있었다.당시 캐낸 수석의 매도 가격은 4천만원에 달했다.A씨는 수석으로 재미를 봤을 뿐만 아니라 땅도 덤으로 챙겼다.건축업자인 P씨는 지난 96년 경기도 안성에서 논 3천평을 평당 5만원에 매입했다.P씨 역시 농사가 목적이 아니었다.그 땅 밑에는 건축용으로 쓸 수 있는 모래가 많이 묻혀 있었다.실제 그 땅에서는 평당 6만원어치 정도의 모래가 나왔다.땅을 볼 때는 땅 속도 봐야 한다.물론 보이지 않는 땅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기 어렵지만 땅 속을 알려는 노력을 게을리하면 안된다.자신이 없으면 전문가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한 지역에서 오래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물이 많은 땅인지,돌이 많은 땅인지 비교적 정확하게 알고 있다.